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매일 비슷한 말을 했다.
오늘 뭐 배웠어. 밥은 다 먹었어.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.
대화가 아니라 점검이었다. 그걸 한참 뒤에 깨달았다.
세계 교육 연구기관 AVID가 오랫동안 연구한 게 있다. 아이들이 어떨 때 더 깊이 배우는지. 그 답이 생각보다 단순했다.
아이가 스스로 질문을 만들 때. 그때 배움이 진짜 시작된다.
그러려면 어른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. 아이보다 먼저.
첫 번째는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는 것이다. 아이가 왜라고 물어올 때 우리는 보통 바로 답한다. 빠르게, 정확하게, 틀리지 않게. 그런데 그 순간 아이의 생각이 멈춘다.
한 번만 이렇게 해봐도 된다. 바로 답하기 전에 먼저 묻는 것.
너는 어떻게 생각해?
처음엔 아이가 멍하니 있을 수 있다. 그 침묵이 불편해서 어른이 먼저 채우고 싶어지는데.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. 그 침묵 안에서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.
두 번째는 틀린 대답도 괜찮다고 반복해서 말해주는 것이다. AVID 연구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. 아이들은 틀릴까봐 질문을 멈춘다고.
틀리면 안 된다는 걸 언제 배웠을까. 누가 가르쳐준 건 아닌데. 어느 순간 아이들은 그걸 알게 된다. 그러니까 반대로 알려줘야 한다. 반복해서.
틀려도 괜찮아. 이상한 대답도 괜찮아. 똥이라고 해도 괜찮아.
틀릴 수 없는 질문. 그게 아이를 열어준다.
세 번째는 어른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. 어른은 알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. 특히 아이 앞에서. 모른다고 하면 뭔가 신뢰를 잃는 것 같은 기분.
그런데 AVID는 반대로 말한다. 어른이 모른다고 말할 때 아이는 오히려 더 안전하게 느낀다고. 나도 몰라도 된다는 걸 배우기 때문이다.
모르면 같이 찾아봐도 되고, 그냥 모르는 채로 상상해도 된다. 같이 모르는 게 더 좋은 대화가 된다.
세 가지 다 사실은 하나다. 정답을 내려놓는 것. 어른이 정답을 내려놓는 순간, 아이가 열린다.
큐리오는 매일 오후 3시에 질문을 보낸다. 정답이 없는 질문. 아이가 어떻게 대답해도 괜찮은 질문. 같이 웃으면 그날은 성공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