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26. 04. 12
스릴이 좋은 거잖아.
그 욕구 자체는 건강한 거 아닐까
자전거 규칙 얘기를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. 아이가 언덕을 올라가고 싶어 하는 건 나쁜 마음이 아니잖아. 스릴이 좋은 거잖아. 그 욕구 자체는 건강한 거 아닐까.
규칙을 지키게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욕구를 어딘가에서는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그래서 주말에 펌프트랙을 찾아다녔어요.
여기서 실컷 타고 동네 공원에서는 규칙을 지키는 거야.
펌프트랙에 처음 갔을 때 아이가 입구에서 머뭇거렸어요. 형들이 엄청난 속도로 돌고 있었거든요. 어른들도 묘기를 부리면서 타고 있었고요.
아이가 말했어요.
플로우 상태
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플로우 상태를 이렇게 설명해요.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려우면 불안해서 포기해요. 그 사이 어딘가 심장이 약간 두근거리는 지점이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순간이래요.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말이 바로 그 지점이에요. 겁나지만 해보고 싶은. 이 감각이 살아있는 아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요.
금세 흥미를 붙이더라고요. 처음엔 작은 언덕에서 조심조심 그러다가 점점 속도를 높이고 형들 타는 걸 한참 보다가 따라 해보고.
그리고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.
공원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까 조심하는 거야.
맥락적 규칙 이해
아이들이 규칙을 내면화하는 데는 두 단계가 있어요. 첫째는 금지를 따르는 것이고 둘째는 왜 이 상황에서는 되고 저 상황에서는 안 되는지 이해하는 것이에요. 안 된다고만 반복하면 첫째 단계에서 멈춰요. 되는 곳을 경험하면 아이는 규칙의 맥락을 이해하기 시작해요. 세상이 허용과 금지로만 나뉜 게 아니라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거예요.
스릴을 억누르려 했으면 어땠을까요. 언덕 올라가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으면. 아마 규칙은 지켰겠지만 뭔가 작아졌을 것 같아요.
욕구를 없애는 게 아니라 터를 바꿔줬을 뿐인데 아이는 규칙도 배우고 스릴도 얻고 새로운 동기도 생겼어요.
금방 달려나갔어요.
그 순간이 제일 좋았어요.
생각을 여는 단축키
플로우
겁나는 감각이 신호예요. 밀어줘야 할 순간이에요
한 번만 해봐
무서운 거 맞아. 그래도 해봐
옆에 있을게
맥락적 규칙 이해
같은 행동인데 장소와 상황에 따라 되고 안 되는 걸 이해하게 만드는 거예요
여기서는 돼. 거기서는 안 돼
왜 여기선 될 것 같아
어디서 하면 괜찮을 것 같아
참고
플로우 — Mihaly Csikszentmihalyi 몰입 이론
맥락적 규칙 이해 — Jean Piaget 인지 발달 이론
관련 글 전체보기